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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목소리 높여! 니 안의 스피커 올려!”
의자에 얌전히 앉아 경건하게 성가를 부르던 수녀들이 달라졌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목소리를 높이고 엉덩이를 흔들며 신나게 춤을 춘다. 천국까지 소리가 닿도록 흥 넘치는 수녀들의 노래와 몸짓에 절로 신바람이 난다.
6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흥겨운 연말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1992년 우피 골드버그 주연으로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뮤지컬은 1970년대로 배경을 바꿔 당시 유행한 디스코 음악으로 흥을 돋운다. 영화 음악은 들을 수 없지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주도한 작곡가 알란 멘켄이 작곡한 뮤지컬 음악은 디스코부터 가스펠, 블루스 등 다채로운 노래로 충분히 귀를 즐겁게 한다.
클럽에서 무명 가수로 일하는 들로리스가 남자친구이자 암흑가 거물인 커티스의 범죄 현장을 목격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로 인해 쫓기는 신세가 된 들로리스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수녀원에 숨게 되고 수녀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자유분방한 들로리스가 성가대를 지휘하게 되면서 수녀들의 변화가 시작된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들로리스를 보며 수녀들은 낯설어하면서도 호기심에 눈빛을 반짝인다. 그렇게 검은색의 수녀복을 입은 수녀들에게 하나둘 색이 입혀지며 무대엔 생기로 가득 찬다.
알을 깨고 나온 수녀들의 파격적인 변신은 사랑스럽다. 정해진 틀을 벗어던진 모습은 통쾌함도 안긴다. 돌고래 고음에 힙합 비트를 선보이고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흥겨운 안무로 활기찬 에너지를 발산한다.
들로리스가 수녀들의 잠재된 재능을 깨우는 ‘레이즈 유어 보이스’와 달라진 수녀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1막 끝의 ‘테이크 미 투 헤븐’, 어느새 유명 인사가 된 성가대가 주일 미사에 부르는 ‘선데이 모닝 피버’ 등 노래들이 쏙쏙 귓가에 꽂힌다.
이야기는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코미디 작품인 만큼 곳곳에 녹인 유머로 가볍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들로리스가 보수적인 수녀원에서 깐깐한 원장 수녀와 대치하며 좌충우돌하고 수녀들과 우정을 쌓아가는 장면은 웃음과 함께 따뜻함도 전한다. 들로리스를 찾으려는 조직원들이 수녀원에 잠입해 쫓고 쫓기는 추적을 벌이는 장면은 마치 ‘톰과 제리’ 같은 만화영화처럼 느껴진다.
배우 김소향이 2017년 내한 공연에 이어 다시 한번 출연한다. 내성적인 견습 수녀 메리 로버트를 맡아 주체적인 삶을 깨닫고 한발 성장하는 모습을 귀엽게 그려낸다. 주인공 들로리스 역의 니콜 바네사 오티즈는 힘 있는 가창력으로 극을 이끌고, 보수적인 원장 수녀 역의 메리 구찌도 관록의 연기를 펼친다.
커튼콜엔 한국 관객을 위한 선물도 준비했다. 한국어로 된 노래는 물론 수녀들이 객석까지 내려와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노래하면서 축제 같은 무대를 만든다.
영어로 이뤄지는 공연은 한국 제작사가 제작을 맡았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영어 공연권을 따서 진행하는 첫 번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다. 오디션을 거쳐 한국과 미국 배우들이 다양하게 발탁됐고,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연은 내년 2월11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