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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불과 한두 해 만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목도되는 무뢰한 자들의 무도한 행태를 보며 불현듯 복수를 떠올리게 되지만, 나는 얼음을 뚫고 나오는 복수초의 강인함에서 절제와 인내를 배워 가며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복수를 꿈꾼다.”
스스로를 ‘꽃개’라 자처하는 전 서울고검장 이성윤이 에세이 ‘꽃 이야기’를 펴냈다.
최근 충북 진천에 있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을 받은 이성윤은 현재 자신의 상황을 제주에 유배됐던 추사 김정희에 비유한다.
“추사가 유배돼 지내던 제주 거처에는 언제나 바닷바람이 세차게 몰아닥쳤다. 아내와 내가 찾았던 그날도 몸을 가누기 힘든 바람이 당시 추사의 삶을 돌아보라는 듯 매섭게 날아들었다. 그 바람을 맞으며 나는 여리여리 흔들리면서도 모진 시련을 견뎌 핀 수선화를 고요히 마주해 그 인내를 되새겼다.”
특히 아내와 함께하는 동행의 시간을 위해 ‘꽃개’ 역할을 자임한 후, 꽃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꽃을 통해 살피게 된 세상사를 담담히 서술했다. 서양민들레가 토종 민들레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했듯, 사람 사는 곳 역시 비슷하다. 오염된 산성 토양에서 토종 민들레가 자랄 수 없듯, 타락한 사회는 본분을 지킨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토종 민들레가 멸종되지 않고 산야의 양지에 고고하게 피어나듯, 사명감 높은 검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저자가 타협하지 않고 본질의 품성을 꿋꿋하게 유지하며 살아가는 토종 민들레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담쟁이가 내게 속삭이곤 하는 평화의 언어가 있었다. “나는 이렇게 벽에 붙어 힘겹게 살지만 너도 힘을 냈으면 해. 세상은 더디 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나처럼 조금씩 나아가는 거야.”(119쪽)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